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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

(27,040km 히치하이킹한 이야기, 중국) - 3. 시작된 히치하이킹



결전의 날이 밝았다.

대충 아침을 챙겨 먹고 고속도로로 고고고......해야 하는데 어디가 고속도로지???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지만 이때는 2011년.
스마트폰을 물론이거니와 벽돌폰 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길을 어떻게 찾을까 하다가 처음 위해에 도착했을 때, 음료수를 사먹었던 한인마트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한국어를 잘하는 중국인 마트 사장님에게 위해로 가는 고속도로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버스 5번을 타고 가다가 9번으로 갈아타면 된다고 하셨다. (버스 번호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음.

썩소.

두번째 버스 타고 가는 중.

버스가 종점에 도착했다.

옆에 조그만 슈퍼가 있어서 비상식량들을 구입하고 고속도로 입구로 갔다.

배고파서 짭퉁 초코파이 빨고

기념촬영 ㄱㄱㄱ

이 초코파이에는 정이 없다. 그래서 맛이 없는듯.

히치하이킹 하는 척.

본격적인 히치하이킹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과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자씨들이 다가와서 쏼라쏼라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목적지를 말하고 공짜냐고 물어봤는데 공짜가 아니란다. 그러면 ㄴㄴㄴ. 알고 보니 택시 아자씨들이었던듯.

중국 여행하면서 최소 수백번은 말한 '미엔페이마?'
중국어로는 免费吗? 이고 의미는 '공짜예요?' 라는 뜻이다.

정말 우연치 않게 나탈리아와 여행을 하게 됐는데 나탈리아 아니었으면 내 중국 여행은 최소 10배는 더 어려웠을듯.ㅠㅠㅠ
중국에서는 진짜 영어가 한~~~~~~개도 안 통한다. 지금이야 훨씬 나아졌지만 2011년에는.....OTL

나탈리아는 중국 여행을 위해서 한 달 동안 중국어를 공부했단다. 그래서 기본적인 대화는 할 수 있었다.

미엔페이마? 이것도 나탈리아한테 배워서 말하게 된거임.ㅠㅠㅠ

흠.....어떻게 이렇게 준비 하나도 안 하고 여행을 시작했나.....없는 중국어 실력, 운으로 커버했으니 다행이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다.

히치하이킹 시작하는 날, 처음 내리는 눈.....쉽지 않은 게임이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첫차는 쉽게 잡았다.

영상 촬영 끝내고 10분도 안되서 어떤 차가 멈추더니 우리 목적지인 연태(Yantai)까지 공짜로 태워준다고 했다.

ㄱㄱㄱㄱㄱㄱㄱㄱ

눈발이 거세졌다.

눈이 꽤 쌓임.

나한테는 2011년 첫눈이었는데 여기에는 며칠 전에 눈이 내렸던 것 같다.

눈길에 미끄러졌나?

중간에 바람도 쐴겸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사진 촬영.ㄱㄱㄱ

이 아자씨는 팔린 중고차를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저 검은 차도 팔린 차임.

차를 사는 사람이 우리의 목적지인 Yantai에 살고 있어서 거기에 배달 가는 길이었단다.

그리고 차 사는 사람이 마침 한국인이라네?

이 모든 내용은 나탈리아와 아자씨가 대화를 해서 알아낸 사실이다.

근데 나탈리아도 중국어가 짧아서......제대로 이해한 건가 모르겠다.

어쨌든 차를 얻어 탔으니 개이득.

아저씨 손이 다소곳하다. 셋 중에 가장 여성스러운듯.^^^^^

연태(Yantai)의 목적지. 하나은행 연태 지점.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의도에 있는 하나은행에서 일을 했었다.
그때 같이 일했던 차장님 한 분이 중국 연태지점으로 발령을 받으셨는데 지나가는 김에 뵙고 가려는 것이었다.

중고차 배달 아자씨에게 은행 주소를 보여주니 은행 바로 앞에서 내려주셨다.

거의 택시급. 너무 고마웠다.ㅠㅠㅠ

씨에씨에를 열 번 정도 난사하고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은행에 도착하니 점심 시간.

차장님은 이미 식사를 하러 가셔서 기다리기로 했다.

난생 처음 등산화라는 것을 사서 중국으로 넘어왔는데 신지는 않고 가방에 넣어뒀었다.

눈이 오니 신발이 젖고 발도 차고 신고 있던 신발은 쿠션이 없으니 무거운 배낭 메기에는 불편하더라.

그래서 갈아 신었는데....오마이갓....너무 편하다. 무엇보다 가벼움!!!
너무 가벼워서 신발이 아니라 양말을 하나 더 신은 느낌이었다. 오바 ㅇㅈ.

이 신발 신으면 걷는 게 아니라 날아갈듯.............

해가 뜨고 눈이 녹는다.

차장님께서 식사 후에 돌아오셨다.

은행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셨다.

차장님께서 중국은 위험하니 조심하라 하신다.
며칠 전에 이 동네에서 200위안(당시 환율로 36,000원 정도) 때문에 사람 한 명이 죽었다고.

흠.....

차장님께서 여비로 쓰라며 300위안을 주셨다.

나 200 갖고 나탈리야 100 줬다. 반땡은 ㄴㄴㄴ.

작별 인사를 하고 은행에 있는 중국 직원에게 고속도로로 가는 버스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근데 당했다.

버스가 이상한 방향으로 갔다.

도로 표지판을 보고 고속도를 향해 걸었다.

1시간 걸었다.

개피곤했다.

그리고 해가 지기 시작했다.

겨우 도착.

주변은 이미 어둑어둑.

차를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고속도로 입구 중앙분리대에 서서 차를 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쳤었던듯..........)

날이 어두워서 그런지 멈추는 차가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시도했지만.........

객기였다.

어두울 때는 그냥 쉬는 게 상책.

포기하고 짐을 쌌다.

그리고 고속도로 옆 숲 속으로 들어갔다.

텐트를 치고

가지고 있던 빵쪼가리 몇 개 먹고

취침.

히치하이킹 첫날부터 밖에서 잔다. 개이득.

나탈리아는 텐트에서 자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엄청 춥다고 했다.

가지고 있던 핫팩을 줬다.

첫날은 히치하이킹 60km 했다.

얼마 못 왔는데 많이 걸어서, 밖에서 오돌오돌 떨어서 피곤쓰........얼른 자자.....ZZZZzzzzzz